동절기 과음하는 男' 전립선비대증 ‘尿주의’…
자칫하단 “으악,소변이 안나와” 급성요폐 빨간불
박기범(65·가명)씨는 최근 병원 응급실을 두 번이나 찾았다.
이유는 소변을 보려고 해도 전혀 나오지 않는 상태인 '급성 요폐'.
평소 소변 줄기가 약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나이 들면 으레 그러려니 하고 방치했던 게 화근.
처음에는 갑자기 추워지면서 감기에 걸려 약을 먹은 뒤 생긴 일이었다.
가느다란 관을 요도에 집어넣어 오줌을 빼 내는 응급처치를 받고서야 괜찮아졌다.
하지만 곧 불편함이 없어지자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고 지내다 얼마 뒤 술을 마시고
똑같은 증상이 나타나 다시 응급실 신세를 져야 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비뇨기과 김영호 교수는 8일, "급성 요폐를 제때 치료하지 못해
방광염, 전립선염, 신우신염 등 요로(오줌길) 감염을 일으키고 만성화되면 방광 기능을 상실해
스스로 소변을 보지 못하는 남성 환자들이 적지 않다"면서 "심하면 신장(콩팥)이 손상돼
만성 신부전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가 2008년 한 해 동안 전국 9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급성 요폐 환자 287명을 분석한 결과 남성 78.4%, 여성 21.6%로 남성이 훨씬 많았다.
특히 눈여겨 볼 것은 전체의 34.6%가 재발된 경우였으며 50%는 전립선비대증, 과민성방광 등
다른 배뇨장애로 치료받은 경험이 있었다는 점. 4회 이상 재발이 45.9%, 3회 이상 11.2%,
2회 이상은 42.8%로 나타났다.
급성 요폐는 방광(오줌 주머니)과 요도의 기능이 마치 심장마비처럼 일시 장애를 일으키면서
아무리 힘을 줘도 오줌이 나오지 않게 되는 증상이다. 방광에 소변이 차면 아랫배가 풍선처럼
부풀면서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 같은 증상이 수주에서 수개월 이상 계속되면
만성 요폐로 정의된다.
급성 요폐는 노년의 남성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며 대부분은 전립선비대증을 갖고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남성 요도 주위에 있는 밤톨만한 조직으로, 나이 들수록 점점 커져
오줌 배출에 어려움을 준다.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과음했거나 추운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됐을 경우, 감기약을 복용했을 때
급성 요폐가 생길 확률이 높다. 감기약에는 보통 항히스타민제와 교감신경흥분제가 들어있는데,
이들 성분은 방광 근육의 수축력을 떨어뜨리고 소변이 나오는 방광 입구와 전립선을 둘러싼
요도근육(평활근)을 수축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감기약을 먹어야 할 땐
반드시 의사에게 알리고 항히스타민 등 성분을 넣지 않은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이밖에 전립선암이나 요도 협착, 변비, 당뇨, 척추 손상 같은 질환이 있거나 복용 중이던
전립선비대증 약 복용을 중단했을 때도 재발 확률이 높다.
여성은 자연분만 후 회음부 통증이나 방광염에 의한 배뇨 통증, 방광 및 요도 근육을 위축시키는
항우울제 복용, 수술 등이 급성 요폐를 부를 수 있다.
급성 요폐가 발생하면 요도를 통해 혹은 방광에 직접 도뇨관을 삽입해 인위적으로
소변을 빼내야 한다. 정상 방광에 수용할 수 있는 최대 오줌량은 450∼500㏄ 정도다.
문제는 응급 치료 후에도 방광 기능이 되살아나지 않아 계속 소변이 약하고 잔뇨가 있거나
도뇨관을 제거해도 방광 근육이 회복되지 않아 계속 소변을 못 보는 경우다
김 교수는 "약물치료를 계속하면서 도뇨관을 삽입해 잔뇨를 빼내야 신장 손상을 막을 수 있는데,
환자들이 고통 때문에 이를 거부, 병을 키우게 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밤낮 기온차가 심하고 감기에 걸리기 쉬운 요즘, 전립선비대증 환자는 특히 급성 요폐 재발에
주의해야 한다. 과도한 음주는 피하는 것이 좋다.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잠들면 방광이
심하게 팽창돼 다음날 아침 소변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뇨 작용을 촉진하는 커피 홍차 콜라 등 카페인 음료도 피해야 한다.
외출할 때 따뜻하게 옷을 입어 체온을 유지하고 온수 좌욕 등으로 수축된 전립선 근육을
이완시켜 주는 습관도 필요하다. 온수 좌욕은 40∼42도의 따뜻한 물에 10∼20분씩
하루 2∼3번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