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동자승이 화장실에 가고 싶어 일어났다.
볼일을 보고 배도 고프고 해서 부엌으로 가서 먹을것을 찾았다.
그런데 주방 음식장 안에 '주지승 외 누구도 손대지 말것' 이란 글씨가 붙어 있는 그릇이 있기에
궁금하여 열어본 즉 내용물이 고소한 닭고기라
동자승은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조금씩 뜯어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부엌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문을 살그머니 열어 보고 깜짝 놀랐다.
주지승이 100일 기도를 드리려 온 젊은 여신도와
"꽁냥꽁냥 그짓"을 하고 있었다.
뽀얀 피부. 풍만한 젖가슴.
색쓰는 소리.
아아~아~아~
기가 막혔으나 동자승은 소리를 낼수도 없는지라
문틈 사이로 그냥 구경을 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그 닭고기를 모두 먹어 버리고 말았다.
더럭 겁이 난 동자승은 살그머니 자기 잠자리로 돌아가
다시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 주지승이 엄청 화가 나 있었다.
모든 중들을 일렬로 집합 시켜 놓고 큰소리로 난리법석이다.
''어젯 밤 주방에서 음식 훔쳐 먹은 새끼 나와 !''
영문을 모르는 중들이 어리둥절 해하고 있는지라
또다시 소리를 질렀다.
''어제 주방에서 음식 훔쳐 먹은 새끼 빨리 나와라!''
동자승은 지금 나갔다간 그냥 맞아 죽을 것 같고
그런데 또 마음은 찔리고 해서 손을 들고 큰 소리로 외쳤다.
"잘 안 들립니다!"
주지승은 잘 안들린다는 말에 더 큰 소리로 나오라고 소리 지르고
동자승은 계속 손을 들고 잘 안들린다고 외쳤다.
소리를 더 크게 질러도 계속 잘 안 들린다고 하자
너무도 화가난 주지승이 동자승을 가리키며
"너 이리 나와 !
니가 앞에 나와 소리 질러! 만일 내가 너 자리로 가서 니 놈의 목소리가 들리면
너 오늘 뒤질줄 알어!"
그러자 동자승은 앞에 나가 큰 소리로 외쳤다.
"어제 부엌 뒤에서 그짓 한 새끼 나와! "
"어제 부엌 뒤에서. 여자랑 그짓 한 새끼 빨랑 안 나와? "
그러자 동자승 자리에 가 서있던 주지승이 손을 들고 외쳤다.
"잘 안 들린다. 진짜 안 들린다!''
이렇게 하여 그날 사건이 없던 일로
끝이 났다.